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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루거

BARBARA KRUGER

광고의 이미지와 문법을 빌려 짧고 단호한 문장으로 몸·권력·소비·욕망의 관계를 되묻는 미국 작가.

바바라 크루거는 잡지의 지면을 설계하고 사진을 고르던 경험에서 출발해, 이미지가 시선을 붙잡고 생각의 방향까지 바꾸는 방식을 작업으로 가져왔습니다. 흑백 사진 위에 빨강·검정·흰색의 짧은 문장을 얹고 ‘나’, ‘당신’, ‘우리’처럼 누구에게나 닿는 말을 건넵니다. 익숙한 광고처럼 보이지만, 그 문장은 무언가를 사라고 권하는 대신 누가 말할 권리를 갖는지, 몸과 욕망이 누구의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되묻습니다. 포스터와 전광판, 건물의 벽과 바닥까지 넓어진 작업 앞에서 관람자는 문장을 읽는 사람이면서 그 문장이 겨누는 장면 안의 한 사람이 됩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1. 광고의 얼굴로 말을 거는 문장잡지와 대중매체에서 가져온 흑백 사진, 굵은 글자와 제한된 색은 광고처럼 빠르게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러나 익숙한 형식 안에 들어간 말은 소비를 재촉하지 않고,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믿음과 권력의 문법을 멈춰 세웁니다.
  2. ‘당신’과 ‘우리’가 만드는 자리작품 속 ‘당신’은 특정 인물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문장을 읽는 순간 누구나 그 호명의 대상이 됩니다. 누가 누구에게 명령하는지, ‘우리’ 안에 누가 들어오고 밀려나는지 살피면 짧은 문장 뒤에 숨은 힘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3. 한 장을 넘어 공간을 점유하는 말바바라 크루거의 말은 액자 안에만 머물지 않고 광고판, 교통수단, 건물의 벽과 바닥, 영상으로 번집니다. 문장의 크기와 놓인 장소가 달라질 때 읽는 몸의 위치도 바뀝니다. 작품을 보는 일과 그 안에 둘러싸이는 일이 한순간에 겹칩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수련과 샹들리에》에서 〈모욕하라, 비난하라〉를 만나면 먼저 문장을 속으로 읽어 보세요. 짧고 단호한 말이 누구의 목소리처럼 들리는지, 그 명령이 화면 속 인물과 지금 읽고 있는 나 가운데 누구를 향하는지 살펴봅니다. 다음에는 흑백 이미지와 글자의 크기, 빨간색이 시선을 끊고 다시 잇는 순서를 따라가 보세요. 멀리서는 광고처럼 한눈에 들어오던 화면이 가까이에서는 몸과 권력, 판단하는 시선이 부딪히는 자리로 바뀝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누군가의 명령처럼 보이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그 말에 따르는 사람일까요, 맞서는 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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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