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영은 영상과 입체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 시작과 끝,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존재를 탐구합니다. 영상 속 인물은 나선형 계단을 계속 내려가거나 까치발로 같은 자리를 맴돌고, 텍스트와 내레이션은 그 몸에 규칙과 조건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반복은 출구를 만들지 않습니다. 작가는 존재하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몸, 질병과 노화로 사회의 시간에서 밀려난 몸을 통해 누가 정상의 속도와 온전함을 정하는지 묻습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 끝나지 않는 반복 속의 몸〈서클〉의 인물은 나선형 계단을 계속 내려가고, 〈이름없는 병〉의 인물은 까치발로 원을 그리며 같은 곳을 맴돕니다. 동작의 목적보다 반복될수록 쌓이는 시간과 피로를 바라보세요.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몸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조건을 유쾌하게 드러냅니다.
- 켜짐과 꺼짐 사이의 시간개인전 《Off》에서 ‘꺼짐’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다시 켜지기를 기다리는 대기의 시간이었습니다. 화면의 빈자리와 멈춤, 보이지 않는 신체를 결핍으로만 읽지 말고 사회의 공통된 시간에서 벗어난 한 사람의 시간으로 살펴보세요.
- 실리콘과 바니타스의 충돌현재 전시의 ‘실리콘 바니타스’는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과 삶의 덧없음을 다루는 바니타스를 결합합니다. 한계를 모른 채 발전하는 기술의 매끈한 시간과 늙고 병들며 결국 멈추는 몸의 시간을 나란히 볼 때, 작가가 말하는 ‘휴먼 에러’는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 있다는 조건으로 바뀝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먼저 영상 속 동작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되돌아오는지 한 번의 순환을 따라가 보세요. 이어서 텍스트와 내레이션이 몸에 무엇을 지시하는지, 몸은 그 지시를 완수하는지 살펴봅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반짝이고 단단한 기술의 표면과 숨 쉬고 지치며 변화하는 신체의 시간을 비교해 보세요. 반복·대기·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장서영이 오랫동안 다뤄 온 불완전한 존재의 시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끝없이 작동하는 기술 곁에서 늙고 지치고 멈추는 몸은 오류일까요, 살아 있다는 비대칭적 희소가치를 드러낼까요?
지금 연결된 전시
- 2026 타이틀 매치 —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2026-08-13 — 202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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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