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메이로: 불, 어느 아카이브

IEUM CURATION

이음의 한 줄

목탄의 가루와 여러 화면의 목소리, VR 속 몸의 반응을 따라가며 기억이 사람과 매체 사이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세요.

관람의 결

  • 공간을 느끼며
  • 혼자, 천천히
전시의 매체·공간·주제를 바탕으로 제안하는 관람 방식입니다.

아트선재센터의 《고이즈미 메이로: 불, 어느 아카이브》는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입니다. 목탄 드로잉과 조각, 3채널 영상, VR을 한 공간에 놓고 전후 일본에 남은 전쟁과 국가주의의 흔적을 바라봅니다.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과거의 사건 자체만이 아닙니다. 폭력의 기억이 몸과 목소리, 물질과 기술을 거쳐 다음 세대로 옮겨 가는 동안 무엇이 남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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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시장 안에서 기억이 어떤 그릇을 만나는지 구분해 보세요. 목탄은 손이 문지른 흔적과 가루의 번짐을 남기고, 조각은 몸이 차지하는 크기와 거리를 만듭니다. 3채널 영상은 한 장면을 세 방향으로 나누며 어느 화면의 목소리를 따라갈지 망설이게 합니다. 매체를 단순히 여러 개 사용했다기보다, 같은 기억도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VR 작업에서는 눈앞의 장면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만이 관람의 목표는 아닙니다. 타인의 기억이 내 시야와 몸을 빌리는 순간 생기는 친밀함과 불편함을 함께 느껴보세요. 가까워졌다는 감각이 곧 이해했다는 뜻인지, 기술이 만들어 준 몰입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제목에 놓인 ‘불’을 하나의 상징으로 서둘러 고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라진 뒤에도 남는 흔적, 다른 곳으로 옮겨붙는 열기, 오래 묻어 두었던 기억을 다시 밝히는 빛을 차례로 떠올려보세요. 그러면 아카이브는 과거를 그대로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지금의 몸과 만날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장소로 다가옵니다.

ARTIST DB · 01

이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

서로 다른 작업의 질문을 먼저 읽고, 전시장에서는 한 작가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