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DB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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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선

HYUNSUN JEON

캔버스에 쌓은 수채의 색과 도형을 전시장으로 펼쳐, 그림 사이를 걷는 몸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잇는 작가.

전현선의 그림에서는 익숙한 사물과 이름 붙이기 어려운 도형이 나란히 자리를 차지합니다. 나무와 집, 무화과 곁에 원뿔과 원이 놓이고, 작은 색면들은 풍경처럼 이어지다가도 납작한 무늬로 돌아옵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보는 순간에도 이야기는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옆에 놓인 형상 하나가 방금 읽은 장면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전현선은 캔버스에 수채를 쌓아 올리고, 여러 그림을 공간에 펼쳐 관람자가 직접 그 사이를 오가게 합니다. 그의 회화는 감상의 경험을 하나의 동선으로 귀결시키지 않고, 그림을 보는 위치와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게 합니다.

무화과와 원뿔이 만나는 화면

1989년생인 전현선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뿔과 대화들》, 2020년 《무화과에서 원뿔로》처럼 전시 제목에도 사물과 도형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동화와 개인적인 기억뿐 아니라 어릴 때 접한 저해상도 디지털 이미지의 감각을 회화로 가져옵니다. 그렇다고 화면을 컴퓨터 이미지로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멀리서 작은 픽셀처럼 보이던 자리는 가까이 다가가면 손으로 남긴 붓질의 시간으로 읽힙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1. 작은 붓질이 쌓이는 속도전현선은 캔버스 위에 수채로 그립니다. 작은 붓질이 모여 사물의 윤곽과 색의 자리를 만들지만, 화면은 깊은 공간처럼 보이다가도 평평한 표면임을 드러냅니다. 먼저 한 발 떨어져 전체를 보고, 다음에는 색 하나가 이어지는 자리에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풍경을 따라가던 눈이 물감의 자국을 읽기 시작할 때 같은 그림을 보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2. 원뿔을 하나의 뜻에 가두지 않기반복해서 나타나는 원뿔을 보면 무엇을 상징하는지부터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그 뜻을 미리 정해두면 옆의 사물과 맺는 관계를 놓치기 쉽습니다. 같은 형태라도 나무 곁에 있을 때와 다른 도형에 둘러싸였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세요. 익숙한 모양이 낯선 이웃을 만날 때 생기는 긴장과 어울림이 그림의 이야기를 움직입니다.
  3. 몸을 옮기며 읽는 그림전현선은 여러 캔버스를 연결해 벽이나 병풍 같은 구조로 세우기도 합니다. 관람자는 정면에 서서 한 번에 다 보는 대신, 그림 사이를 지나며 볼 수 있는 부분과 가려지는 부분을 만납니다. 2025년 파리의 《Here and There》에서도 그림은 벽에 걸린 작품이자 전시장 안에서 마주치는 구조물이었습니다. 어디에 서느냐가 감상의 순서가 되는 셈입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올해의 작가상 2026》의 〈토끼도 굴을 두 개 판다〉는 200×200cm 캔버스 30점으로 이루어진 대형 회화 설치입니다. 전체를 먼저 파악하려 애쓰기보다 눈이 머무는 형상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 곁의 색과 모양을 따라 몇 걸음 이동한 뒤, 처음 본 자리로 돌아와 보세요. 조금 전에는 배경 같던 것이 앞에 나서고, 따로 보이던 그림들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내 눈이 만든 순서를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전시장에는 회화 속 형상이 공간으로 나온 듯한 조각도 함께 놓입니다. 그림 속 도형과 눈앞의 입체가 닮았다는 데서 멈추지 말고, 둘 사이의 거리와 크기 차이도 살펴보세요. 평면에서는 가볍게 지나쳤던 형태가 내 몸 가까이에 놓일 때 어떤 존재감을 갖는지 느껴보세요. 전현선이 회화를 넓히는 곳은 캔버스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선 우리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같은 그림을 보고도 서로 다른 길을 따라왔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연결된 전시와 기록

진행 중인 전시의 관람 정보와 지난 전시의 해설을 함께 읽어보세요.

  • 올해의 작가상 2026국내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층 1전시실, 지하 1층 2전시실진행 중 · 2026-07-24 — 202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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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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