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26》은 이해민선, 이정우, 전현선, 홍진훤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전시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함께 이어 온 작가 후원 프로그램으로, 네 작가의 신작과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사물에 남은 시간, 기술이 고르는 이미지, 회화 안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사진과 영상에 얽힌 권력은 서로 다른 질문이지만 하나의 관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장면을 무엇 때문에 다시 보게 됐는지 떠올리며 걸어보세요.
이정우의 작품부터 들어간다면
이번 이음의 관람 제안은 이정우의 두 작품에서 시작합니다.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와 〈왼손의 사수〉를 통해 기록과 생성 이미지의 차이를 먼저 살핀 뒤, 다른 세 작가에게로 시선을 넓혀보는 방법입니다. 이 전시가 이정우의 개인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네 작가 중 한 사람을 깊게 보고 나면 다른 작업 앞에서도 자기만의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사라진 영화를 채우는 일
〈씌여진 영화, 씌여질 역사〉는 해방 직후 만들어진 영화 「자유만세」(1946)의 사라진 장면을 생성형 AI로 재구성한 작업입니다. 작품에는 남아 있는 영화 자료와 AI가 만든 시청각 이미지가 함께 쓰입니다. 여기서 ‘복원’을 과거의 원본이 온전히 돌아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새 장면이 생길수록 원래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근거로 그 빈자리를 채웠는지 더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관람할 때는 원본과 생성 이미지를 서둘러 맞히는 시험처럼 보지 않아도 좋습니다. 화면을 믿고 따라가던 마음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살펴보세요. 장면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서 사실처럼 느꼈는지, 낯선 움직임 때문에 의심하게 됐는지 스스로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와 믿을 수 있는 기록은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을 작품 앞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손과 몸에서 읽는 기술의 기준
〈왼손의 사수〉는 여섯 채널의 영상과 스마트폰, 링라이트로 구성됩니다. 영상 생성 모델의 데이터 편향을 살피는 작업으로, 큰 주제를 먼저 붙잡으려 하기보다 한 화면의 손과 몸을 충분히 따라가 보세요. 그다음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옮겨 움직임의 차이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어긋남 자체보다 내가 어떤 자세를 당연하게 여겼는지 돌아보는 데서 감상이 깊어집니다.
전현선의 그림 사이로 걸어보기
전현선의 〈토끼도 굴을 두 개 판다〉는 캔버스에 수채로 그린 200×200cm 회화 30점으로 구성됩니다. 암벽등반장을 연상시키는 대형 회화 설치이지만, 실제로 올라가거나 작품을 만지는 체험은 아닙니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다음에 볼 형상을 스스로 고른다는 데서 ‘오르기’의 감각을 떠올려보세요. 그림의 크기와 배치를 따라 몸을 움직이며 관람하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가장 끌리는 색 한 곳을 정하고, 그 옆의 형상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한 그림 안에서만 답을 찾지 말고 캔버스가 나뉘는 경계도 함께 보세요. 멀리서 이어져 보이던 색이 가까이에서는 작은 붓질로 흩어지고, 다른 위치에서는 전혀 다른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전체가 잘 보이는 한 자리를 찾기보다, 자리를 바꿀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림과 함께 놓인 조각 앞에서는 캔버스 안의 형태를 다시 떠올려보세요. 닮은 형상이 벽의 그림과 전시장 바닥에서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 차이에도 머물러 보세요. 이음은 이정우의 영상 뒤에 전현선의 회화를 이어 보기를 제안합니다. 이정우 앞에서는 만들어진 장면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물었다면, 전현선 앞에서는 같은 그림에서도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작품을 본 뒤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현선 작가 인터뷰 ↗에서 작가의 설명을 이어서 만나보세요. 먼저 스스로 본 장면을 기억해 둔 뒤 공식 자료를 읽으면, 내 감상과 작가의 이야기를 나란히 놓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시 네 작가를 함께 보기
이해민선의 작품에서는 사라질 듯하면서도 남아 있는 사물과 표면을, 전현선의 회화에서는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건너가는 시선의 경로를 살펴보세요. 홍진훤의 사진과 영상 앞에서는 무엇이 보이는지뿐 아니라 그 장면이 누구의 시선으로 기록되고 퍼지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이정우에게서 시작한 ‘무엇이 빠져 있는가’라는 질문은 각 작가 앞에서 서로 다른 뜻을 얻습니다.
관람 전에 알아둘 것
전시는 2026년 12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층 1전시실과 지하 1층 2전시실에서 열립니다. 개별 관람료는 2,000원입니다. 영상은 짧은 장면만 보고 지나가기보다 머물 시간을 남겨두세요. 네 작가를 모두 같은 속도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공식 전시 페이지의 오디오가이드와 작가 인터뷰를 함께 이용하면 작품의 배경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운영 변경과 예매 가능 여부는 방문 전 공식 안내에서 다시 확인해 주세요.
여운을 남겨둘 질문
전시를 나서며 처음에 믿었던 장면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 장면이 사실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작품을 보고 나서도 그 믿음은 그대로인가요?
ARTIST DB · 04
이 전시에서 만나는 작가
서로 다른 작업의 질문을 먼저 읽고, 전시장에서는 한 작가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