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의 판화에는 사람이 크게 들어옵니다. 굽힌 허리와 버틴 다리, 맞잡은 손과 크게 벌어진 입이 화면을 밀고 나옵니다. 고단한 삶을 모른 척하지 않지만, 인물을 슬픔 속에만 세워 두지도 않습니다. 분노는 익살과 어울리고 한을 춤과 신명으로 승화시킵니다. 조각을 공부한 작가답게 검고 흰 면을 단단한 덩어리처럼 다루면서도, 목판에 새긴 칼자국에는 빠른 호흡과 생생한 몸짓을 남겼습니다. 오윤에게 판화는 현실을 설명하는 그림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람 곁에서 버티고 웃고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을 새기는 일이었습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 칼끝에서 일어나는 몸굵은 선은 인물의 테두리를 얌전히 감싸지 않습니다. 어깨와 팔, 치켜든 고개를 따라 휘고 끊기며 몸의 힘을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검은 면만 보지 말고 칼이 지나가며 남긴 흰 자리도 함께 살펴보세요. 비워낸 자리가 빛이 되고 움직임이 되어 인물을 일으켜 세웁니다.
- 한을 신명으로 돌려세우는 힘오윤의 사람들은 억눌린 채 멈춰 있지 않습니다. 탈을 쓴 얼굴, 춤추는 군상, 과장된 손발에는 아픔을 서로 나누며 견디는 사람들의 해학이 있습니다. 어두운 현실과 떠들썩한 몸짓이 한 화면에 놓일 때, 슬픔은 체념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 사람 곁으로 간 그림오윤은 문학계와 출판계의 동료들과 어울리며 책 표지와 삽화를 만들고, 여러 장을 찍어 나눌 수 있는 판화의 성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작품이 미술관 안에서만 머물기보다 책과 전시, 사람들의 손을 거쳐 널리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무엇을 그렸는지만큼 그 그림이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오윤》에서는 완성된 판화와 그 곁의 원판을 번갈아 보세요. 종이에 찍힌 검은 형상 뒤로 나무를 밀어낸 칼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인물의 얼굴보다 어깨와 손, 발의 자세를 따라가 보세요. 한 사람이 웅크리고 버티는지, 여럿이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장면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노트와 메모, 표지화와 삽화 앞에서는 이미지 곁에 놓인 문장도 함께 읽어보세요. 오윤의 미술이 시대를 기록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에 말을 거는 방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고단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다시 춤추게 하는 그림은 어디에서 힘을 얻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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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2026-08-27 — 202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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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