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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PARK CHAN KYONG

분단과 냉전, 전통 신앙과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을 사진·영상·설치로 다시 불러내는 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

박찬경은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이미 끝난 사건처럼 설명하지 않습니다. 뉴스 화면과 기념사진, 산수화와 굿, 불교 의례처럼 서로 멀어 보이는 이미지 사이에서 과거가 오늘의 감각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살핍니다. 사진과 영상, 설치와 글을 오가며 국가가 만든 역사와 개인이 기억하는 시간이 어긋나는 자리를 드러냅니다. 귀신과 보살, 소년병과 미술관은 그의 작업에서 낯선 소재에 머물지 않습니다. 전통과 현대, 신앙과 정치,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 그어진 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존재들입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1. 한 장면에 남은 역사의 빈자리박찬경은 사진과 기록을 사실의 증거로만 다루지 않습니다. 무엇이 화면에 들어왔고 무엇이 빠졌는지, 누가 그 장면을 설명해 왔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익숙한 역사 이미지 곁에 낯선 목소리와 상상을 놓으면 기록이 미처 담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2. 전통을 오늘의 말로 불러내기무속과 불교, 산수와 민간신앙은 사라진 옛 문화를 꾸미는 장식이 아닙니다. 빠르게 근대화된 한국 사회가 밀어낸 믿음과 감각을 다시 불러내 현재의 정치와 삶을 바라보게 합니다. 과거를 그대로 되살리기보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는지 살펴보세요.
  3. 사물을 모아 관계를 만드는 의례권병준과 함께 만든 〈불림〉은 시민들이 내놓은 열쇠와 놋그릇, 전선 같은 금속을 녹여 악기와 소리로 돌려줍니다. 버려졌던 물건에는 사용한 사람의 시간과 바람이 남아 있습니다. 작품은 그 흔적을 한데 모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잠시 같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리를 만듭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광주비엔날레에서 〈불림〉을 만나면 완성된 악기의 모양보다 먼저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떠올려 보세요. 서로 다른 집과 학교, 거리에서 쓰이던 금속이 한곳에 모여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으면 한 사람의 소유물이 공동체의 장면으로 바뀌는 과정이 보입니다. 이어 전시장 곳곳에서 변화가 거창한 선언으로 나타나는지, 아니면 몸짓과 반복, 관계의 작은 이동으로 시작되는지 비교해 보세요. 박찬경의 작업은 역사를 뒤로 돌아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함께 기억하는 방식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묻습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한때 누군가의 손에 머물렀던 쇠붙이가 함께 듣는 소리로 돌아올 때, 우리는 물건을 내놓은 걸까요, 서로의 시간을 나눈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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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