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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자

JUNG KANGJA

몸과 행위, 빛·소리·촉각으로 여성에게 씌워진 규범을 흔들고, 개인의 해방에서 자연과 우주로 작업을 확장한 한국 실험미술 작가.

정강자는 여성의 몸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세운 것이 아니라, 그 몸을 둘러싼 금기와 명령을 흔들기 위해 작품의 한가운데로 불러냈습니다. 1960년대 후반 〈키스 미〉와 〈투명풍선과 누드〉에서 입술·고무장갑·풍선과 자신의 몸은 장식이나 구경거리가 아니라 말하고 저항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1970년 《무체전》에 이르면 작업은 한 사람의 몸을 넘어 빛·소리·촉각이 뒤섞인 공간 전체로 번집니다. 강제 철거와 긴 해외 체류 이후에도 탐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귀국 뒤 이어진 회화에서 자연과 우주, 원과 폭발의 이미지는 개인의 해방을 더 넓은 생명의 질서로 밀어 올립니다.

작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단서

  1. 보이는 몸에서 말하는 몸으로〈키스 미〉의 커다란 입술과 〈투명풍선과 누드〉의 몸은 여성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상이었던 몸이 스스로 장면을 만들고 관람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순간, 작품은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보았는가를 되묻습니다.
  2. 작품 밖으로 번진 감각《무체전》에서 정강자는 빛과 소리, 만질 수 있는 재료를 한 공간에 엮었습니다. 액자 앞에 서서 바라보는 대신 그 안으로 들어가 움직이고 신체 감각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됩니다. 당시 강제로 철거된 이 환경이 56년 뒤 다시 세워졌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복원된 공간은 작품인 동시에 지워졌던 시간을 마주하는 자리가 됩니다.
  3. 행위 이후에도 이어진 우주정강자를 1960년대의 퍼포먼스 작가로만 기억하면 작업의 절반을 놓치게 됩니다. 귀국 뒤의 회화에는 여행에서 만난 자연과 생명, 원과 우주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몸에 씌워진 경계를 밀어내던 힘이 화면에서는 개인을 넘어 더 큰 세계와 이어지려는 움직임으로 계속됩니다.

전시에서 읽기 시작

리움미술관에서 복원된 〈무체전〉을 만나면 먼저 하나의 물건을 고르기보다 공간의 밝기와 소리, 재료 사이를 천천히 걸어 보세요. 내 몸이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살피면 정강자가 관람자를 구경꾼으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 보입니다. 이어 초기 작업에서 몸을 둘러싼 사회의 규범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그 질문이 공간 전체의 해방으로 어떻게 커졌는지 연결해 보세요. 마지막에는 이후 회화까지 떠올리며 그 확장이 단절이 아니라 몸에서 자연과 우주로 이어진 긴 호흡이었는지 살펴봅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56년 뒤 다시 세워진 〈무체전〉 앞에서 우리는 돌아온 작품만 만나는 걸까요, 그 작품을 지우려 했던 시대의 시선까지 함께 마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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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