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 작가 · 04
철사 사이로 공간이 보이기 시작할 때
철사는 선이다. 손으로 구부리고 고리를 연결하면, 그 선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입체가 된다. 루스 아사와의 조각을 보면 단단한 재료로 이렇게 가벼운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왜 지금 루스 아사와인가
1926년 태어나 2013년 세상을 떠난 일본계 미국인 작가 아사와는 철사 조각과 드로잉, 공공미술 등 다양한 작업을 남겼다. 스위스 바이엘러 재단의 유럽 첫 회고전은 잘 알려진 조각을 넘어 그 활동의 폭을 만나는 기회다. 지금 새롭게 등장한 신진 작가가 아니라, 국제적인 회고전을 통해 다시 살펴보는 작가다.
바구니에서 시작된 입체
그의 철사 작업으로 들어가는 실마리는 바구니다. 아사와는 1947년 멕시코 톨루카에서 철사 고리로 만든 전통 바구니를 접했다. 이후 반복되는 고리로 입체를 만드는 작업을 발전시켰다. 에이먼 카터 미술관은 이 조각들이 공간을 감싸면서도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짚는다.
안과 밖을 번갈아 보기
철사로 만들어진 표면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그 너머의 다른 층을 바라보자. 조각의 겉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부를 보고 있다. 전시 공식 자료에 소개된 〈무제 S.407〉(약 1952)도 형태 안에 또 다른 형태가 놓인 작업이다. 바깥의 윤곽과 안쪽의 구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찾아보면 좋겠다.
철사만큼 중요한 빈 곳
철사 사이의 간격을 오래 바라보자. 비어 있는 부분 덕분에 뒤편의 공간이 작품 안으로 들어온다. 이음은 그 틈을 조각을 이루는 적극적인 요소로 읽어보고 싶다. 위치가 달라지면 앞뒤의 선이 겹쳐 보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이음의 감상
아사와는 드로잉과 공공미술을 이어갔고, 미술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손으로 작은 고리를 잇는 작업과 더 많은 사람이 미술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함께 떠올려 보자. 익숙한 재료가 만드는 낯선 공간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여운을 남겨둘 질문
위치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무엇이 새롭게 보이는가.
전시에서 이어서 보기
Ruth Asawa · 스위스 리헨/바젤 바이엘러 재단
2026-10-18 – 2027-01-10
전시 일정은 2026년 10월 30일 공식 자료 확인 기준입니다. 방문 전 운영시간과 예매 조건은 기관 공식 안내 ↗에서 다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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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30